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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Korean

[안양] 진주냉면 : 해물육수의 진한 맛

 

북한에 평양냉면이 있다면, 남한에는 진주냉면?

 

무더위가 한층 꺾였다지만 여전히 더운 나날들. 이때 가장 생각나는 음식은 바로 냉면이다. 냉면이라고 해도 다같은 냉면이 아니다. 고기육수로 맛을 낸 고급냉면, 동치미 육수로 맛을 낸 냉면, 냉면믹스로 육수를 만든 시장통 냉면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냉면을 구분하는 큰 기준은 바로 육수. 면이야 솔직히 다들 비슷비슷하지만, 육수는 재료에 따라 제조 방법에 따라 그 맛을 좌우한다.

 

 

이번에 소개할 냉면은 진주냉면이다. 경상남도 진주지방에서 유래한 진주냉면은 평양냉면, 함흥냉면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냉면으로도 알려져 있다. 1994년 북한에서 발간된 조선의 민족전통에는 '냉면 중에 제일로 여기는 것은 북쪽엔 평양냉면, 남쪽에는 진주냉면이 있다'고 적혀 있다고 한다. 그동안 냉면은 북한 음식인 줄만 알았는데, 남한에도 대표 냉면이 있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진주냉면은 경남 진주에 내려가야 그 고유의 맛을 볼 수 있지만, 수도권에서도 진주냉면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있어 찾아가봤다. 경기도 안양 평촌에 위치한 진주냉면. 안양 학원가 건물 뒷편에 위치한 이곳은 맛집 블로거와 맛집 마니아들에게 잘 알려진 곳이다. 주요 포털에 '진주냉면'을 검색해보면 관련 글이 수두룩 할 정도. 유명한 냉면집이다.

 

안양 범계역에서 1번 버스를 타고 현대아파트 정류장에 내려서 걸어갔다.

 

5분 정도 걸었을까? 건물 뒷편에 진주냉면이란 간판이 살며시 고개를 내민다. 진주냉면이란 간판명 아래에는 '해물육수의 진한 맛'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솔직히 냉면집을 들어가기 전엔 이 멘트를 보지 못했는데, 먹고 나온 뒤 간판을 보니 '아... 내가 먹은 육수가 해물육수의 진한 맛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딱 들게 만든다. 참으로 절묘하다.

 

 

 

 

 

 

안양 진주냉면은 냉면육전, 만두 메뉴만 판매한다.

 

진주물냉면(7000원), 진주비빔냉면(7500원), 사리(3000원), 육전 대 30000원, 소 20000원), 만두 5000원, 물비냉면 8000원. 가격대가 비교적 높은 편인데, 육전을 판매하는 걸 봐서는 일반 냉면집과는 차별화 된 듯 싶었다. 참고로 육전은 얇게 저민 소고기로 부쳐내는 전요리인데, 비싸서 그렇지 막걸리와 함께 먹으면 ㅠㅠ 정말 맛있다. 오늘의 메뉴는 진주물냉면과 진주비빔냉면.

 

 

 

 


메뉴를 주문하면 먼저 따뜻한 육수를 한컵씩 내준다. 사람이 많을 땐 육수를 주전자에 담아주기도 한단다.

 

육수는 일반 냉면집에서 먹던 육수보다 약간 탁한 느낌인데, 냉면 육수인듯 하면서도 아닌듯 한 맛이 참 독특하다. 지금은 한여름이라 육수를 살짝 식혀서 주던데, 센스인건지 아님 그냥 식은건지는 잘 모르겠다. 뭐 좋게 생각하고 싶다. 반찬은 무절임과 열무김치를 내주는데,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한 맛이 돋보인다. 남도지방 음식은 강한 맛이 특징인 걸로 알고 있는데, 이곳에선 수도권 사람들의 입맛을 고려해 냉면을 비롯한 음식들의 간을 약간 덜 세게 한다고 들었다.

 

 

 

 

 

 


처음으로 접한 진주물냉면(7000원).

 

두툼한 유기그릇에 담겨 나와 진주냉면의 위용과 자태를 한층 더 뽐내주는 듯 하다. 서울시내 고급 냉면전문점을 가도 냉면이 유기그릇에 담겨나오는 곳은 별로 없었는데, 이곳은 냉기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유기그릇을 사용한다고 한다. 유기그룻 덕분에 뭔가 고급스러운 느낌이 좋았다. 진주식 물냉면은 평양식 냉면과는 달리 메밀을 주로 사용하여 면을 만들고 새우, 멸치, 바지락, 다시마 등 여러가지 해산물로 해물육수를 낸다. 여기에 소고기 육전, 지단 등 고명을 수북하게 올려 그 모양이 화려하고 남다른 맛으로 유명하다. 위 사진을 보면 알듯이 그동안 먹었던 냉면과는 비주얼 면에서 확실히 차이를 보였다.

 

 

 

 

 

 

 

가장 중요한 맛은?

 

처음 접한 음식이라 그동안 먹었던 냉면들과 비교를 할 수밖에 없는데, 솔직히 말하면 첫 맛은 별로였다. 약간 비린듯 하면서 짭쪼롬한 맛에 적응이 안돼 '이건 뭔가?'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 안내판을 보니 식초와 겨자를 충분히 넣어 먹으라고 쓰여 있어서, 식초와 겨자를 넣고 먹어보니 조금 먹을만 했다. 그래도 뭔가 아쉬운 듯 싶어서 식초를 좀 더 넣으니 그때서야 육수를 먹을만 했다.

 

육수는 참 특이했다. 해물을 오랜시간 끓여서 만든 육수라서 그런지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돋보였다. 그동안 우리가 먹었던 냉면들은 손님한테 주기 전에 식초와 설탕을 미리 넣어 새콤달콤한 상태로 먹기 좋게 만들어준 것이 대부분. 하지만 진주냉면은 기본 베이스 육수를 주고, 취향에 맞게 육수를 만들어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북한식 냉면 전문점을 가면 육수가 밍밍한 게 사실. 이런 점에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육수의 맛이 나중엔 좋아졌고, 먹고 나온 뒤에는 육수의 맛이 다시 생각났다.

 

진주물냉면의 맛을 정리해보면 약간 비린듯 하지만 짭쪼롬한 육수의 맛이 식초와 겨자가 들어가면서 제맛을 냈다.

평양식, 함흥식 냉면과는 다른 육수의 맛. 독특한 육수의 맛에 호불호가 갈리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생각나는 맛이다.

 

 

 

 

 

 

 

 


 

다음으로 진주비빔냉면(7500원).

 

물냉면보다 500원 더 비싸다. 진주물냉면처럼 역시 유기그릇에 담겨 나온다. 얼음 몇 조각을 넣어 시원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해준다. 진주식 물냉면의 독특한 맛과 향을 싫어하는 사람은 비빔냉면이 좋은 선택일 것 같다. 비빔냉면은 매콤한 양념장으로 버무린 면 위에 수북한 고명을 올려주는데, 육전 고명이 두툼해서 씹는 질감을 배가시켜 준다.

 

비빔냉면은 양념장이 그 맛을 좌우하는데, 진주비빔냉면은 맵지만 매운맛이 강하지 않은 양념이 돋보였다. 보통 시장통 냉면들은 무작정 매운맛을 강조하는데, 이곳은 맛있는 매운맛이라고 표현하면 맞을까?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한그릇 뚝딱 비울 수 있을 정도다. 여기에 수북한 고명을 면 위에 얹어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면은 메밀 함유량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는데, 약간 흐물흐물한 듯하지만 먹는데 지장은 없을 정도다. 좀더 면이 야들야들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 평양냉면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진주냉면.

 

진주물냉면의 특이한 육수에 한 번 놀라고, 진주비빔냉면의 맛있는 매운 맛에 또 한번 놀라고. 가격은 비싼 편이어서 가볍게 먹기엔 부담스럽지만, 냉면 마니아라면 한번쯤 먹어봐야 할 음식이 진주냉면이 아닌가 싶다. 어떤 블로그를 보면 오리지널 진주냉면의 맛보다 약하다고 하는데, 다음엔 시간을 내서 직접 경남 진주에 내려가서 그 맛을 제대로 맛보고 싶다.


 

 

 

가는 길 = 범계역에서 1번 버스를 타고 현대아파트에서 하차(안양 학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