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맛/Korean

[광명] 가야밀면 : 부산의 맛을 그대로 담았다

 

요즘 일기예보를 보면 참 우울하다. 오늘도 무척이나 더웠는데 내일은 더 덥다고 난리다. 연일 최고 기온이라며 떠들석대는데 그런 기사만 봐도 더 더워지는 듯한 느낌. 날은 저물었는데도 뜨거운 바람이 불어대니 등줄기엔 땀이 주르륵 흐른다. 남부지방엔 태풍이 상륙해서 비바람이 몰아친다고 하는데... 중부지방엔 내일도 폭염! 모레도 폭염! 글피도 폭염! 더워도 너무 더운듯 하다.

 

이럴 때일수록 생각나는 건 시원한 면요리. 차가운 육수에 면을 말아서 후루룩 흡입하면 뜨거웠던 몸을 식힐 수 있어 단연 최고. 여름철 대표주자인 냉면, 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면요리가 있다. 바로 밀면이다. 밀면은 부산지방의 향토음식으로 밀가루와 고구마전분을 넣고 반죽한 생면에 육수를 부어 먹는 요리다. 냉면 사촌격으로 비빔밀면과 물밀면으로 즐긴다.

 

 

 

 

이번에 소개할 맛집은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에 위치한 가야밀면. 부산의 밀면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그동안 수도권에서 밀면의 맛을 보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최근 들어서야 돼지국밥과 밀면을 판매하는 식당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지만, 몇년 전만 하더라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연립주택 반지하에 위치한 가야밀면은 작은 규모의 식당이지만 여름철엔 줄을 서서 먹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근처에 기아자동차 공장도 있고, 주택가 한복판에 있어 지역 주민들도 자주 찾는 곳이다.

 

가야밀면의 메뉴판은 간단하다. 밀면(5000원), 비빔밀면(5000원), 막국수(5500원), 사리(1500원) 4가지만 적혀있을 뿐. 최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탓인지 이날 가야밀면을 찾은 손님들 모두 물밀면을 주문하고 있었다. 필자도 대세(?)에 따라 물밀면 한그릇을 주문했다. 참고로 밀면 곱배기는 6500원으로 양이 꽤 많은 편이다. 주문전에 곱배기를 달라고 해도 되고, 먹고나서 부족한 경우 사리를 추가해도 된다. 다시 강조하지만 양은 정말 많은 편이다.

 

 

 

 

 

 

드디어 나온 물밀면(6000원). 사진만 봤는데도 입안에 침이 고일 정도로 먹음직스럽다.

 

새빨간 육수에 밀면이 담겨져 있고, 그 위에 고명과 다대기, 삶은 계란 반쪽, 돼지고기 편육을 올려서 내준다. 밀가루와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면. 쫄면과 비슷한 굵기로 이집에서 직접 뽑은 생면이라 무척이나 찰지고 쫄깃쫄깃하다. 냉면에 사용하는 면보다 굵어서 먹고난 뒤 포만감도 좋고, 밀면의 육수와도 잘 어울린다.

 

이집은 육수도 직접 만든다. 돼지고기 뼈와 계피 등 각종 한약재를 넣어 만드는데 밀면 육수의 맛은 참 독특했다. 냉면 육수와 같은 맛도 나면서 칼칼하기도 하고, 계피향이 살짝 퍼지면서 한약재 맛도 났다. 여기에 들어가는 새빨간 양념장이 의외로 매운데, 무작정 매운 맛이 아닌 맛있게 매운 맛. 참고로 매운 음식을 못먹는 사람은 양념장을 따로 달라고 해서 조금씩 넣어서 먹으면 좋을 듯 싶다. 육수가 살짝 짜다고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양념장을 적절히 조절해서 먹으면 될듯 싶다.

 

 

 

 

 

 

 

전체적인 맛을 평가한다면 쫄깃쫄깃한 면발이 매콤하면서도 칼칼한 육수와 잘 어울렸다. 냉면과는 뭔가 다르면서도 중독성 있는 그런 맛이랄까? 한국 사람들이 매운 맛을 좋아하는데, 그런 한국인의 매운 맛을 육수에 고스란히 잘 담은 것 같았다. 여기에 향긋한 계피향과 한약재의 맛이 첨가돼 맛을 깔끔하게 잡아줬다. 밀면을 아직 먹어보지 않은 사람도 많을텐데, 이곳에서 먹어보면 '밀면이란 게 이런 맛이구나'라는 것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듯. 부산에서 먹는 밀면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참고로 어느 블로그를 보니 수도권에선 광명 가야밀면을 최고로 친다고 한다. 다음으로 안양의 가야밀면, 북산한 가야밀냉면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아직 2곳은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필자는 광명 근처에 살기 때문에 가끔 밀면이 생각날 때 가곤 하는데, 함께 가는 지인들 모두 가야밀면의 맛 평가가 좋았다. 사실 수도권에서 이 정도의 밀면을 맛보기란... 굉장히 힘들다.

 

광명 근처에 살고 있는 밀면 마니아라면(?) 소하동 가야밀면을 한번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또 ktx광명역과도 가까우니 근처에 볼일이 있다면 사람이 많은 점심시간대를 피해 방문하기 바란다. ~_~